삶이 있는 이야기

주말 오후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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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영택 (211.♡.37.12) 작성일25-09-13 16:03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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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님이 며칠 전부터 머리카락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한 번 이발 좀 해야겠어.”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머리 자르러 가야겠네요. 언제쯤이 좋으실까요?” 하고 묻자 주말이 좋겠네.” 하셔서

이번 토요일에 함께 나가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토요일이 되어 유우님은 외출복을 산뜻하게 차려입으시고 좋아하시는 모자도 푹 눌러 쓰신 뒤

기분 좋게 저와 함께 성촌의집을 나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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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길은 울퉁불퉁하고 장애물도 많아 위험해 보여 휠체어를 잡아드리려 하자,

안 잡아줘도 돼. 잡으면 오히려 위험해져.” 하시며 능숙하게 전동휠체어를 운전하셨습니다.

 

입추도 한참 전에 지나고 이제 9월이 코앞인데도 날씨는 여전히 8월의 한창 더위처럼 덥고 습합니다.

제가 이러다 봄, 가을이 다 없어지겠어요.” 하고 말씀드리니

우님이 그러게나 말이야. 이제 가을인데 오히려 더 더워지네.” 하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미용실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발하시려면 한 시간은 넘게 기다리셔야 하는데어떡하시겠어요?” 사장님의 말씀에,

그건 좀 힘들겠네요. 그럼 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하시며 유우님이 미용실을 나서셨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이렇게 손님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말씀드리니

그러게나 말이야.” 하시며 웃으시고는 다시 성촌의집으로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

영택 씨, 잠깐만. 저거 좀 찍어줘.” 하시며 휴대전화를 건네주셨습니다.

가리키신 곳을 바라보니, 동네 골목길 너머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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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몇 컷을 찍어 보여드리니 만족해하시며

나 이런 풍경 찍는 거 좋아해.” 라고 말하셨습니다.

앞으로 좋은 풍경이 보이면 찍어두었다가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성촌의집에 도착했습니다.

 

비록 이발은 하지 못했지만, 함께 길을 나서고,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자주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댓글목록

김용경님의 댓글

김용경 아이피 211.♡.37.12 작성일

비록 미용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덕분에 두 분의 마음 문은 활짝 열린 것 같습니다. 유◯우님이 좋아하는 하늘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외출이었네요.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에 저도 함께 미소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