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을 떠나게 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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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4-10-29 09:4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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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청명한 점심나절에 우리가 성촌의집 마당에 모인 것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밤에 기온이 떨어졌지만 여행 가는 날에 따뜻한 햇볕이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다. 여행을 가기 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인원을 확인하고 이날을 기념하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활기찬 분위기에서 여행 가는 순간을 배웅받으며 출발할 수 있었다.
여행 목적지는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긴 해도 그곳에서 보내게 될 1박 2일의 시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성촌의집 모든 식구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그룹으로 짜여진 여행이니만큼 서로가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관계를 더욱 돈독히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매일 남자 숙소 2층에서 함께 지내는 사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은 생기 있는 자극이 될 것이다.
예약된 펜션에 도착한 후 짐을 정리하고 해넘이 시간에 저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평선을 넘어가는 노을빛이 아름다운 낭만을 불러일으켰다.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 향은 입맛을 더욱 자극했고, 잘 익은 한 점을 먹는 맛은 굽는 사람의 정성이 담긴 풍미 있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가면 왜 고기가 필수인지 알 것 같았다. 숯불 향기가 가득한 고기 맛은 평소에 느낄 수 없던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갓 지은 밥에 채소를 곁들여 싸 먹는 고기 맛에 빠진 우리는 저녁을 넉넉하게 나누는 행복한 식사 시간이었다.
낮부터 시작해 줄곧 노래방에 매달려 노래 부르는 식구들의 목소리가 간혹 웃음을 자아내고,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노랫소리가 숙소에서 이어졌다. 그 옆 마당 잔디에선 추억을 남기고 싶은 사진을 찍으며 숯불 앞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밤은 깊어가도록 이어갔다.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에 각자의 편의에 맞춰 두 개의 숙소로 나뉘어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선 바깥 공기는 몹시 차갑게 느껴졌지만, 우리를 지원하는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김치찌개와 계란, 그리고 김을 포함해 차려진 아침 식사는 모두에게 온기를 느끼는 한 끼로 따뜻함을 안겨 줬다. 모두 같이 조식을 마치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은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잠깐의 여유이다. 서로 음료를 나누며 바닷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여행에서 느낀 것은 서로가 친밀감이 더해졌다는 것과 우리의 행복을 이어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불편한 몸을 가진 우리는 여행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마음은 항상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 낯선 장소에 대한 고민이 있더라도 막상 그곳에 들어서면 힘들 거라는 생각은 잠시일 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부족한 것에 동요하지 않는다. 다만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우리를 바라볼 뿐이다.
우리의 여행을 도와준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짧은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평소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느낀 것은, 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전혀 없을 순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음이 즐거우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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